
AI로 빨라진 변호사, 수임료는 왜 안 내려오나
• 핵심: 도구는 빨라졌고, 로펌이 기대하는 시간 절감 폭은 16%까지 올라갔습니다
• 맥락: 대형 로펌의 AI 도입과 고객의 요금 인하 요구가 같은 시기에 겹쳤습니다
• 관점: 효율이 청구서로 넘어오려면 시간이 아니라 과금 방식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 구간이 있습니다
AI가 일하는 속도를 바꾸고 있다는 소식이 나올 때면 두 가지 질문이 같이 따라옵니다. 변호사가 대체되느냐, 그리고 그렇다면 수임료는 왜 그대로인가요입니다.
2026년 9월에 나온 한 쌍의 발표가 이 질문을 현실로 옮겼습니다. 도구를 붙였다는 쪽과, 도구가 빨라진 만큼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쪽이 같은 시기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도구는 이미 들어갔다
2026년 9월 18일, Sullivan & Cromwell는 OpenAI와 함께 개발한 계약 분석 도구 Agreement Analyzer를 공개했습니다 [3]. 자사 선례와 협상 플레이북을 함께 넣어 쟁점을 짚어내고 의견을 준비하게 하는 구조이며, 이틀 전 뉴욕에서 열린 AI 법 전문 콘서트에서 공개됐습니다 [3].
이틀 앞선 9월 17일, Cooley는 상장 전에 제출하는 S-1 서류 초안 도구 GO Public을 내놓았습니다 [4]. 며칠 걸리던 초안을 며칠이 아닌 몇 분 단위로 뽑는다고 설명했으며, 판단이 들어가는 단계는 변호사가 직접 맡는다고 명했습니다 [4].
같은 기간에 두 로펌이 각자 도구를 냈다는 점이 이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도입이 실험 단계라는 설명과는 거리가 있죠. 도구가 특정 직업을 넘어 일반 업무 쪽으로 넓어지는 흐름은 2026년 AI 에이전트 혁명: 기업 앱 40%가 AI를 탑재하는 시대에서 다뤘습니다.
절감된 시간과 남는 돈 사이
숫자로 보면 효율은 이미 꽤 크게 계산되고 있습니다. PwC의 2025년 법인 대상 조사에서 영국 상위 100개 로펌이 제시한 평균 업무 시간 절감 폭은 1년 전 11%에서 16%로 올라갔습니다 [5]. 같은 조사에서 상위 50위 가운데 절반 안팎이 AI 도입으로 생산성이나 금전적 이익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5]. 반면 51위에서 100위 사이에서는 아직 비용으로 번진 곳이 없었고 19%가 생산성 개선만 체감했습니다 [5].
여기서 숫자의 층위가 갈립니다. 체감은 상위층에서 시작됐고 청구액에 닿는 건 아직 좁습니다.
| 구분 | 도구 도입 뒤 달라지는 것 | 청구 시간과의 관계 |
|---|---|---|
| 반복 위주의 단순 업무 | 줄어드는 쪽 | 줄면 그만큼 청구 시간이 빠집니다 |
| 판단이 필요한 분석 | 늘어나는 쪽 | 늘어난 만큼 다시 청구됩니다 |
| 일의 분량 예측 | 어려워지는 쪽 | 시간당 과금에 기대는 이유가 커집니다 |

시간당 과금을 택시 미터기에 비유하면 이 구조를 보기 쉽습니다. 요금이 그대로면 같은 거리를 더 싸게 탈 수 없습니다. 도구를 붙인다는 건 운전자 몇 명을 더 세워 놓는 일이지 요금표를 다시 찍는 일이 아니죠.
시간이 줄어도 요금이 안 내려오는 구조
이 지점부터가 논쟁의 핵심입니다. 시간당 과금에서 파는 대상은 시간이므로 같은 일을 더 빨리 끝내면 파는 물량도 줄어듭니다. IBM의 외부 변호사 관리 담당자인 Chris McCloy는 이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2]. 시간당 요율 체계가 AI를 잘 쓰게 만드는 로펌을 덜 보상한다는 말입니다 [2].
반대편에는 대체형 수수료가 있습니다. 시간당이 아니라 미리 정해 둔 금액이나 결과에 따라 받는 과금 방식인데, 결과 기준으로 받기 때문에 AI로 남는 이득이 로펌에 돌아갑니다 [2]. 로펌 입찰 플랫폼 Persuit에서 거래되는 업무의 약 80%가 이미 이 방식이라고 합니다 [2].
요율 자체도 올라가는 중입니다. 2026년 9월 25일 파이낸셜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미국 로펌의 표준 시간당 요율은 3천 달러대 초반이고, 일부 전문 분야 파트너는 시간당 4천 달러를 받습니다 [2]. 도구로 절약한 시간을 요율 인상으로 메우려는 쪽과 그 이득을 의뢰인에게 나눠주려는 쪽이 같은 문제를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요금제는 일의 성격에 따라 갈린다
전면 폐지는 아니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Citi의 2026년 고객 권고 자료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이유로 시간당 청구 모델을 바꿀 것으로 예상하는 대형 로펌은 2년 이내 35%였고, 2035년까지는 다수가 바뀔 것으로 봅니다 [1]. 같은 자료는 정액제와 구독, 성과 기반 과금이 늘고 업무 유형별로 요금 방식을 섞는 형태가 늘어난다고 전망합니다 [1]. 이 조사는 미국과 영국, 중국, 인도의 대형 로펌 55곳을 대상으로 합니다 [1].
범위가 정해진 일일수록 정액이 맞습니다. Cooley가 공개한 GO Public이 다루는 상장 서류 준비가 그렇고, 도구가 처리량을 얹는 방식이 정액 과금과 붙습니다 [4]. 판단이 많은 일은 정해 둔 금액으로 받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남습니다.
도구를 붙인다는 결정과 과금을 바꾼다는 결정은 서로 다른 결정입니다.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독자 몫으로 남겨둡니다.
요금을 깎으려는 쪽
요구하는 쪽은 의뢰인입니다. 2026년 9월 25일 파이낸셜 타임즈 보도를 따르면 Goldman Sachs와 Morgan Stanley, Citigroup은 모두 AI로 줄어든 비용을 의뢰인에게 넘기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2]. 계산은 단순합니다. AI 덕분에 투입된 인력과 시간이 줄었다면 값도 내려야 한다는 쪽이죠 [2].
로펌 쪽에는 반박 재료가 있습니다. 기술 투자의 비용을 어디에서 회수할지 정해야 한다는 계산이 따로 남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이 이득을 가져가느냐는 지금으로서는 열린 질문이고 하루아침에 정해질 일은 아닙니다.
왜 알아두면 좋은가
도입과 과금은 두 갈래 변수입니다. 도구를 붙인 시점이 요금 인하로 이어졌다고 단정하면 근거가 약해집니다.
숫자도 따로 읽어야 합니다. 16%는 이미 줄어든 시간이 아니라 로펌이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 시간이고, 상위층 절반이 체감한 효과도 청구서에 닿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5].
효율이 과금으로 내려오는 순간은 요율표를 고칠 때가 아니라 계약 방식을 바꿀 때입니다.
한 줄 정리: 도구는 빨라졌고 시간은 줄지만, 요금은 시간이 아니라 계약 방식에 매여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AI로 일하는 시간은 줄었는데 요금이 그대로인 이유가 뭔가요?
파는 대상이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일을 더 빨리 끝내면 청구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고, 요율표를 바꾸지 않으면 그 감소분이 그대로 손실로 남습니다. 도구를 붙이는 일과 요율을 정하는 일은 서로 다른 결정이라 시간 차가 생깁니다.
시간당 과금이 지금도 위험을 관리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렇게 읽는 게 무난합니다. 걸어야 하는 일의 양이 애매할 때 실제 비용이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른다는 문제를 대충 정해진 금액으로 나누어 갖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도구가 빨라졌다는 사실만으로 이 장치가 곧바로 걷히지는 않습니다.
AI를 쓰면 줄어든다고 보는 업무 시간은 몇 퍼센트인가요?
영국 상위 100개 로펌이 2025년 조사에서 제시한 값은 평균 16%입니다. 1년 전 조사에서는 11%였으니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는 폭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줄어든 시간이 아니라 기대치라는 점은 구분해서 읽으셔야 합니다.
그럼 AI는 변호사에게 불리한 기술이라는 결론으로 보면 되나요?
그렇게 읽으면 곤란합니다. 시간당 요율 체계가 AI를 잘 쓰게 만드는 로펌을 덜 보상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맞지만, 결과 기준으로 받는 과금 방식에서는 오히려 효율이 로펌의 남는 이익으로 돌아갑니다. 누가 이득을 가져가느냐는 기술이 정하는 일이 아니라 계약이 정하는 문제입니다.
이 글의 수치를 어디까지 믿고 참고하면 되나요?
기대치와 실측치를 구분해서 보셔야 합니다. 16%는 로펌이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 시간이고, 상위층 절반이 체감한 효과도 청구서에 반영됐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도구 공개 일자와 요율 수준은 확인 가능한 사실이고, 효율이 과금으로 언제 내려올지는 아무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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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1] Citi 2026 Client Advisory, 대형 로펌의 청구 모델 변화 전망 (https://www.citiglobalwealth.com/content/dam/cpb/internet/www-citiglobalwealth-com/wealth-at-work/docs/2026_CitiHildebrandtClientAdvisory.pdf.coredownload.pdf)
- [2] Financial Times, AI wrecking ball fractures billable-hour fee model (https://www.ft.com/content/937d6708-d085-476b-ac8f-1a2154f00b2c)
- [3] Sullivan & Cromwell, Agreement Analyzer 개발 발표 (https://www.sullcrom.com/About/Rankings/2026/September/Sullivan-Cromwell-Announces-Custom-Tool-Built-Collaboration-OpenAI)
- [4] Cooley, GO Public 출시 보도자료 (https://www.cooley.com/news/coverage/2026/2026-09-16-cooley-launches-go-public-with-openai)
- [5] PwC Law Firm Survey 2025 (https://image.uk.info.pwc.com/lib/fe31117075640475701c74/m/1/Law+Firm+Survey+2025_vFINAL.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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